[포커스] 고압가스 저장시설 안전거리 강화, 산업현장에 어떤 영향 미치나?

“저장탱크 설치 규제…사업하지 말라는 건가요”

보호시설까지의 거리에서 사업소경계로 대폭 강화

안전거리 확보 불가능한 곳 많아 제조업에 큰 타격

허가대상 아닌 5톤 미만 탱크설치, 운송비 부담 커

“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깁니까. 고압가스 저장시설과 관련한 안전거리를 강화하면 우리 같은 산업체에는 고압가스저장탱크를 설치하기가 더욱 어려워져 국내 산업 전반의 제조업에 큰 타격을 준다는 것을 왜 모릅니까. 이처럼 사업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규정을 바꿀 때는 고압가스관련 실무자와 산업현장의 관계자들 목소리도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번 고법 시행규칙이 공포돼 그대로 시행된다면 저장탱크를 설치해 고압가스를 사용해야 할 고압가스공급 사용업체들은 망연자실하게 될 것입니다. 현실에 맞는 기준으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난 4월 22일 입법예고된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案)에는 고압가스 제조 및 저장시설 등의 안전거리가 대폭 강화된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이를 두고 고압가스공급업체는 물론 고압가스사용업체, 가스시설시공업체 종사자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그 동안 고압가스의 처리설비 및 저장설비는 그 외면으로부터 ‘보호시설까지’ 일정거리를 유지해야 했으나 최근 입법예고된 고법 시행규칙이 공포돼 시행될 경우 처리설비 및 저장설비 외면에서 ‘사업소경계까지’ 일정거리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와 관련한 고법 시행규칙 7월 내에 공포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고압가스사용업체를 비롯해 고압가스 충전 및 판매사업자들은 요즘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오는 것 같은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 정부가 쌓아올린 엄청난 장벽으로 인해 산업체들은 고압가스의 원활히 공급 받지 못해 제품 생산에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잦은 충전, 교통체증 유발

이번 고법 시행규칙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앞으로 고압가스 저장∙사용의 시설∙기술∙검사기준을 적용 산소저장설비를 설치할 때 고법 시행규칙 별표8과 같이 저장능력 1만㎏(10톤) 초과하는 경우 사업소경계와의 거리를 14m를 유지해야 한다.

이와 관련 경기지역 가스시설시공업체의 한 관계자는 “주변에 하천, 바다, 도로 등이 없는 경우 10톤 규모의 산소저장탱크 1기, 기화기 1기를 설치할 때 최소 16㎡의 부지가 소요되고, 사방 14m의 안전거리를 확보하려면 최소 2592㎡의 부지를 추가로 필요하므로 적어도 2600㎡ 이상의 공간은 있어야 저장탱크 1기를 세울 수 있다”면서 “여기에 제품 생산공장, 주차장, 사무동 등도 설계해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저장탱크를 부지 중앙에 설치해야 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이는 또 다른 민원을 야기하는 졸속행정이라는 지적이 비등하다.

그는 또 “산소, 질소, 아르곤, 탄산 등의 산업용가스는 조연성 및 불연성가스로 가연성 가스인 LPG와 달리 비교적 안정적인 가스”라면서 “조연성 및 불연성가스를 가연성가스와 같이 안전거리를 적용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방호벽 등 보완책 시급

일부에서는 허가대상이 아닌 저장능력 5톤 미만의 저장탱크를 설치하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가스를 많이 사용하는 공장의 경우 자주 충전해야 하므로 가스안전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운송비의 부담이 더욱 커진다는 단점이 있다.

고압가스시설시공업체의 한 관계자는 “탱크로리 등을 통해 고압가스를 운반하거나 이∙충전의 횟수가 많을 때 가스사고 발생의 개연성이 크다”고 설명한 후 “사실 저장탱크의 저장능력이 5톤, 10톤, 30톤 등 그 규모가 커질수록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가스의 운반 및 이∙충전 횟수가 사고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가스안전을 위해서라면 용량이 큰 저장탱크를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이 같은 점을 고려해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또 다른 사업자는 “이 같은 규제로 인해 앞으로 저장능력 5톤 미만의 소형 저장탱크 설치가 더 많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면서 “작은 용량의 저장탱크에 이∙충전을 하기 위해서는 탱크로리가 더 많은 횟수를 운행해야 하므로 운송비 부담이 더욱 커짐은 물론 교통체증 및 교통사고의 유발요소도 커진다는 점을 가스정책당국자들은 결코 간과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충전사업자들은 이번 고법 시행규칙이 시행되면 신규충전소를 억제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스사업자들은 산업용가스유통시장에서 초저온저장탱크 등 고압가스저장시설의 설치가 점점 어려질 경우 가스수요가 감소될 것이 우려되는 등 업계 전체에 큰 타격이 된다는 점을 크게 우려했다.

경기남부지역의 한 고압가스시설시공사업자는 “가스처리 및 저장설비의 안전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저장탱크를 설치하지 못할 경우 방호벽 및 방류둑을 설치한다든가 저장탱크를 반지하 형식으로 내려서 설치하는 방안도 모색해 안전을 확보할 수 있지 않느냐”면서 “안전거리 강화로 인해 국내 산업체의 경제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안전이 확보되는 경우라면 다양한 방법으로 저장탱크를 설치해 가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에도 갖가지 대형 화재사고가 이어져 가스안전과 관련한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것도 매우 조심스럽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 가스안전공사 등 가스안전과 관련된 정책당국은 안전관리규정에 대해 무조건 강화해야 한다는 흐름에 편승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가스안전이 어떤 것인지 세심하게 가려 올바른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업계 종사자들의 주장이 그 어느 때보다 가슴에 와 닿는다.

[가스신문 / 한상열 기자  syhan@gasnews.com  [1166호] 승인 2014.07.16 09:0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