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땜 통해 정상제품으로 둔갑시켜 재사용

관리체계 허점…제도적 보완장치 마련돼야



소방대원들이 화재 시 구명활동을 위해 사용하는 공기호흡기용 고압용기가 재검사 과정에서 불합격돼 구멍을 뚫어 폐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감쪽같이 납땜을 해 정상제품으로 둔갑시켜 다중이용시설 등으로 유통돼 안전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고압용기를 비롯해 마스크, 호스, 압력계 등으로 이뤄진 인명구조용 공기호흡기는 화재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소결핍과 유독가스로부터 그동안 소방대원이 주로 사용해 오다가 최근에는 화재현장에서 피난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비로 다중이용시설에 비치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참사를 계기로 2004년 5월 30일부터 지하층을 포함하는 7층 이상 관광호텔과 5층 이상 병원, 수용인원 100명 이상의 지하역사, 백화점, 대형할인점, 쇼핑센터, 지하상가, 영화상영관 등에 각 층마다 2대 이상 비치하도록 의무화했다.

경기도 소재 한 고압용기 재검기관 관계자는 “그동안 제품의 노후화로 인해 재검사 과정에서 불합격된 공기호흡기용 고압용기의 경우 동전크기의 구멍을 뚫어 소유자에게 되돌려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며 “앞으로는 용기를 다시 사용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아예 압착해서 소유자에게 돌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고압용기업계 한 관계자는 “15㎫ 이상의 고압으로 공기(Air)를 충전해 사용하는 공기호흡기용 고압용기를 납땜을 해서 다시 유통시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이는 전국의 다중이용시설에 비치된 공기호흡기용 고압용기의 경우 실제 화재현장에서 일반인들이 쉽게 조작을 할 수 없어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무늬만 피난자 보호를 위한 것이지 한낱 전시품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100명 이상이 활동하는 다중이용시설에 공기호흡기를 층마다 2개를 비치한다면 그 중 2명만 살리겠다는 생각인지 알 수 없다”며 “긴급한 상황에서는 5분 이내에 얼마든지 화재현장에서 빠져 나올 수 있으므로 굳이 30분 이상을 사용할 수 있는 고가의 공기호흡기가 아니라 5분이라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소형 공기호흡기를 50개 내지 100개 정도 비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국내 공기호흡기용 고압용기의 폐기처리와 관리체계의 허점이 드러난 일례라 하겠다. 고압가스안전관리법과 소방장비 내용연수 지정고시 등 관련법규를 정비, 폐용기를 재활용하지 못하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처벌규정을 신설하는 등 법적·제도적 장치를 보강해야 한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한결 같은 바람이다.



[가스신문 / 한상열 기자 syhan@gasnews.com]

게재시간 : 2009년 05월 18일 (월) 00:0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