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 배성학 이사장

우리가 사는 사회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시장이 건전하게 성장하려면 적절한 논쟁이 전제돼야 한다. 논쟁 자체가 차단돼 있거나 논쟁의 후유증을 두려워해 스스로 억제하면 동맥경화와 같은 병을 앓게 돼 결국 그 시장도 파탄에 이르게 된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다 보면 당연히 치열한 논쟁을 벌일 수 있는데 이러한 과정 속에서 기본과 원칙을 되돌아보고 합의점을 찾게 된다. 이같은 논쟁은 매우 생산적이며, 보다 합리적인 기준도 세울 수 있어 시장 질서를 바로 잡는 지침서 같은 역할로 작용하기도 한다.

사실 그 동안 우리 산업용가스업계에는 이처럼 포지티브성향의 논쟁이 별로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가스사업자 간 분쟁이 있을 때마다 아전인수 격으로 자신들의 입장만 내세우는 등 소모적인 논쟁만 벌여왔다.

가스란 제품은 워낙 품질의 우열을 가리기 힘든 특성 때문에 가격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가스사업자들은 손쉽게 가격경쟁을 택해 승부하기 일쑤였다.

저렴한 가격으로 가스를 납품하면 가스수요처들이야 더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고압가스 충전 및 판매업계도 함께 성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무모한 저가경쟁은 삼가야 하는 것이 맞다.

가스공급자가 가스수요처의 안전까지 확보하는 등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돌려주기 위해서는 적정이윤을 남겨야 한다. 적정이윤까지 포기하면서 경쟁하면 우리 고압가스유통업계는 3D업종이란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영원히 떼내지 못할 것이다. 우리 고압가스유통업계도 타 업종 못지않게 발전해 가려면 제조원가, 운송비, 인건비, 일반관리비 등을 감안한 적정이윤을 존중해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반대로 우리 업계에는 폭리와 같은 기형적인 가격구조를 가진 곳도 적지 않다. 가스수요처로부터 가격을 너무 높게 받으면 언젠가는 경쟁업체의 차지가 된다는 것도 잘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제품을 사고 파는 시장은 항상 균형을 이루고자 하는 강한 자기장을 갖고 있다. 낮은 곳은 채우고 높은 곳은 깎아 내리려는 성향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스공급자들은 수요처를 대상으로 너무 높은 가격에 가스를 납품하면 영양가 높은 먹잇감을 노리는 경쟁업체의 도전에서 벗어 날 수 없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우리 고압가스유통시장에서도 공급자 간 경쟁방식이 보다 합리적으로 전환돼야 한다. 단기간 내에 이익만 내면 된다는 식의 근시안적 접근보다는 가스수요처를 대상으로 안전성을 제고하는 등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만이 우리 고압가스 종사자들의 위상이 오를 것이며 자부심까지 갖고 일할 수 있다고 본다.

다행히 우리 고압가스충전업계는 최근 연합회, 지방조합, 협회 등 단체를 중심으로 보다 발전적인 주제를 놓고 논의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그 동안 막혀 있었던 아름다운 논쟁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연합회가 나서 전국의 고압가스충전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사상 처음으로 세미나를 연다고 하니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모임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고압가스업계 발전은 어떤 것인지, 다 함께 토론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요즘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우리 산업용가스충전업계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 업계는 사업자들이 서로 격의 없이 토론하는 등 예전에 없던 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 같은 활기 넘치는 분위기가 우리 업계에 뜨거운 기운으로 작용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가스신문  /  2013.11.13 11:34:23   kgnp@gasnews.com ]